두 사람은 성곽길을 등지고 달렸다. 지금까지 늘 도망치던 방향과 정반대로."이쪽이다!"억석이 좁은 논둑길로 서연을 이끌었다. "관아까진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놈들이 먼저 눈치채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횃불을 든 포졸이 아니라, 말을 탄 자들이었다.그중 앞장선 이의 갓끈에 매인 옥색 술이 어둠 속에서도 도드라졌다. "현감의 사람이다." 억석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저자가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발굽이 점점 가까워졌다. 서연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산길로 접어들자 나무뿌리와 돌부리가 발목을 잡아챘고,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그때마다 억석이 팔을 붙들어 세웠다.산등성이를 반쯤 넘었을 때, 앞을 가로막듯 화살이 날아와 나무 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