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중편] 축시(丑時)의 러너 : 제3화, 두번째 새벽

도타북스 2026. 7. 1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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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서연은 신발을 신지 않으려 했다. 

상자 안에 넣어 옷장 깊숙이 밀어 넣고, 알람도 꺼버렸다.  그런데도 몸은 새벽 세 시 사십일 분이면 저절로 눈을 떴다.

 

사흘째 되던 밤, 서연은 결국 옷장을 열었다.  신발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발을 넣는 순간, 이번엔 저항할 새도 없이 눈앞이 뒤틀렸다.

 

*

 

성벽은 그대로였지만 공기가 달랐다.  짙은 피 냄새,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서연은 이번엔 도망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였다.

 

"또 왔군."

 

낮은 목소리.  지난번 그 사내였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그의 얼굴을 이번엔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젊고 다부진 얼굴에 마른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고, 눈빛은 지치고 날카로웠다.

 

"당신은… 누구예요? 왜 여길 올 때마다 나타나는 거죠?"

 

남자는 대답 대신 서연에게 다가와 손목을 잡았다.  지난번과 같은 온기, 같은 낯선 익숙함.  서연의 심장이 다시 어지럽게 뛰기 시작했다.  두려움과는 다른 감각이 섞여 있다는 걸, 이제는 부정할 수 없었다.

 

"시간이 없다. 오늘은 놈들이 더 많이 나왔어."

 

멀리서 횃불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서연을 끌고 낡은 헛간 안으로 들어갔다.  짚더미 사이, 좁은 틈에 몸을 숨기며 그가 서연을 벽 쪽으로 감쌌다.  두 사람의 숨이 좁은 공간 안에서 뒤섞였다.

 

"…내 이름은 억석이다."  그가 처음으로 이름을 말했다.  "너는, 계향이 아니구나."

 

"계향?"

 

"내가… 지키려 했던 사람."  억석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매번 새벽마다 누군가 이 길에 나타난다.  어떤 밤엔 계향의 얼굴로, 어떤 밤엔 낯선 얼굴로.  나는 매번 그 사람을 지키다 죽는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 또 지킨다."

 

서연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도 몰라. 그저 이 길에서 눈을 뜨면,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것만 안다."   억석은 서연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좁은 헛간 안, 짚 냄새와 그의 체온, 위태로울 만큼 가까운 거리.  "네 얼굴도… 계향과 닮았다. 이상하게."

 

밖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쪽이다! 헛간을 뒤져라!"

 

억석이 서연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다음에 또 만나면, 내게 계향이 누구인지 물어봐라. 지금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헛간 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창을 든 사내 서넛이 들이닥쳤다.  억석이 서연을 뒤로 밀치며 앞을 막아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억석의 옆구리에서 붉은 것이 터져 나왔다.  그는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서연을 짚더미 밑으로 밀어 넣었다.

 

"눈 감아."

 

서연은 그 말에 눈을 감았지만, 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살이 찢기는 소리, 뼈가 부러지는 듯한 둔중한 타격음, 그리고 억석의 거친 숨이 점점 얕아지는 소리.  짚더미 틈으로 스며든 뜨뜻한 액체가 서연의 손등을 적셨다.

 

"…미안하다." 억석의 마지막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이었다.  "이번에도, 너를 완전히 지키지 못했다."

 

서연은 참을 수 없어 눈을 떴다.  억석이 자신 위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이 코앞까지 가까워졌다 — 고통과 안도가 뒤섞인 눈빛으로, 그는 마지막 순간 서연의 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세상이 다시 하얗게 뒤틀렸다.

 

*

 

서연은 자신의 방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손등이 여전히 축축했다.  불을 켜고 확인한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손등에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서연은 알았다.  이제 이 저주는 단순히 쫓기고 도망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억석이라는 이름의 그 사내는, 매번 죽는다.  매번 같은 자리에서, 다른 얼굴을 한 누군가를 위해서....

 

계향이 누구인지....

 

그 답을 찾기 전까지, 이 새벽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중편] 축시(丑時)의 러너 : 제4화, 계향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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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의 핏자국은 사흘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씻어도, 문질러도 소용없었다. 마치 살갗 속에서 배어 나오는 것처럼, 지우려 할수록 오히려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서연은 더 이상 우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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