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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사십일 분. 이번엔 서연이 먼저 신발 끈을 조였다.
떨리는 손으로 신발을 신으면서도, 서연은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확인하러 간다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의 결이 달라졌다.
눈앞이 뒤틀리고, 익숙한 흙길과 안개가 서연을 맞았다. 이번엔 뒤에서 고함이 들리기 전에, 서연이 먼저 소리쳤다.
"억석씨! 저 여기 있어요!"
정적. 그리고 곧, 어둠 속에서 억석이 걸어 나왔다. 지난번 죽어가던 모습이 아니라 멀쩡한 모습이었다 — 마치 이 새벽이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오늘은 도망치지 않는 건가."
"물어볼 게 있어서요." 서연은 숨을 고르며 그를 마주했다.
"당신들을 죽인 현감, 그 사람 성씨가 뭔지 알아요?"
억석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건 왜 묻나."
"내가… 그 집안 핏줄이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억석은 웃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참아온 무언가를 내려놓듯 낮게 한숨을 쉬었다.
"짐작은 했다.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이들 중엔, 유독 그 집 핏줄 같은 자들이 있었지. 그들은 대개 도망치다 죽거나, 나를 죽게 만들고 사라졌다."
"그럼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거예요? 벌을 받으러 온?"
"모른다. 나는… 그저 여기 갇혀 있을 뿐이니." 억석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피로가 묻어났다.
"매번 눈을 뜨면 계향을 지켜야 한다는 것만 안다. 그런데 계향은 오지 않고, 너 같은 얼굴만 나타난다."
멀리서 다시 횃불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번엔 서연은 뛰지 않았다.
"오늘은 안 뛸 거예요."
억석이 놀란 눈으로 서연을 봤다. "죽는다."
"매번 뛰어봤자 당신은 죽고, 나는 돌아가고, 아무것도 안 끝나잖아요."
서연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발은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엔 다르게 해볼게요."
억석이 서연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서연은 오히려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처음으로, 도망이 아니라 마주 서기 위해.
"계향은 그날 새벽에 뭘 하려고 했어요? 그냥 도망친 게 아니라."
억석의 얼굴이 무너지듯 일그러졌다. " …관아에 가려 했다. 나의 무고함을 증언하러.
도망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러 가던 길이었다."
그 순간 서연은 알았다. 지금까지의 저주는 매번 "도망"의 형태로 반복되고 있었다는 것을.
계향은 도망친 게 아니라 향하고 있었다. 억석도, 서연도, 여태 잘못된 방향으로 뛰고 있었던 것이다.
횃불이 점점 가까워졌다. 서연은 억석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성곽길 말고, 관아로 가요. 계향이 가려던 곳으로."
억석의 눈에 처음으로 낯선 빛이 스쳤다 — 두려움이 아니라, 아주 오래 잊고 있던 희망 같은 것.
두 사람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쫓기는 방향이 아니라, 진실을 향해.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중편] 축시(丑時)의 러너 : 제6화, 관아로 가는 길
[중편] 축시(丑時)의 러너 : 제6화, 관아로 가는 길
두 사람은 성곽길을 등지고 달렸다. 지금까지 늘 도망치던 방향과 정반대로."이쪽이다!"억석이 좁은 논둑길로 서연을 이끌었다. "관아까진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놈들이 먼저 눈치채면—"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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