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중편] 축시(丑時)의 러너 : 제6화, 관아로 가는 길

도타북스 2026. 7. 21. 18:58
반응형

두 사람은 성곽길을 등지고 달렸다. 지금까지 늘 도망치던 방향과 정반대로.

"이쪽이다!"

억석이 좁은 논둑길로 서연을 이끌었다.

 

"관아까진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놈들이 먼저 눈치채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횃불을 든 포졸이 아니라, 말을 탄 자들이었다.

그중 앞장선 이의 갓끈에 매인 옥색 술이 어둠 속에서도 도드라졌다.

 

"현감의 사람이다."  억석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저자가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발굽이 점점 가까워졌다.  서연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산길로 접어들자 나무뿌리와 돌부리가 발목을 잡아챘고,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그때마다 억석이 팔을 붙들어 세웠다.

산등성이를 반쯤 넘었을 때, 앞을 가로막듯 화살이 날아와 나무 둥치에 박혔다.  서연이 놀라 멈춰선 순간, 두 번째 화살이 억석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윽—" 억석이 신음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빠르게 번져 나왔다.

"억석씨!"

 

"괜찮다, 계속 가."

그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다리가 흔들렸다.

말을 탄 자들이 능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앞장선 이가 활을 다시 겨눴다.

 

"저 년을 살려두면 안 된다는 걸, 내가 잊었을 것 같으냐."

서연은 그 말에서 섬뜩한 확신을 느꼈다 — 이 사내는 매번 이 저주를 지켜보며, 매번 도망자를 죽여온 존재였다. 억석과 계향의 죽음을 반복시켜온 진짜 집행자.

 

화살이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엔 서연을 향해서였다.  억석이 상처 입은 몸으로 서연을 밀치며 대신 화살을 맞았다.  등에 꽂힌 화살, 억석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안 돼, 안 돼요—"

 

서연이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억석은 오히려 서연을 산등성이 너머로 밀어냈다.

 

"뛰어. 저 고개만 넘으면 관아 불빛이 보인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이번엔… 네가 도착해야 한다.  계향 대신, 네가."

"당신 없이는 안 가요!"

"매번 나는 여기서 죽는다.  그게 바뀐 적이 없다."

 

억석이 서연의 손을 마지막으로 힘주어 잡았다. 

 

"하지만 네가 관아에 닿으면, 어쩌면… 이번엔 다를지도 몰라."

 

말 탄 자들이 능선을 오르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억석은 마지막 힘을 짜내 몸을 일으켜 그들 앞을 막아섰다.

서연은 뒤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칼날 소리와 억석의 낮은 신음을 듣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고갯마루에 다다랐을 때, 저 멀리 정말로 흐릿한 불빛이 보였다.  관아였다.

서연은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렸다.  발바닥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멈출 수 없었다.

등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다시 따라붙기 시작했다.

 

"게 섰거라!"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서연은 처음 이 저주가 시작되던 밤의 외침과 지금이 겹쳐지는 걸 느꼈다.

계향도, 이 고갯길에서 똑같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닿지 못했을 것이다.

 

관아의 불빛이 눈앞에 가까워지는 순간, 서연의 발이 무언가에 걸려 크게 휘청였다.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찰나, 등 뒤에서 서늘한 살기가 덮쳐왔다.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