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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두 번째 차
나무 문은 오래 잠겨 있었던 듯 뻑뻑하게 삐걱거리며 열렸다. 어두운 계단 아래로 퀴퀴한 공기가 훅 끼쳐 올라왔다.
준영이 핸드폰 조명을 켜고 앞장섰다. 계단은 생각보다 깊었다. 열두 계단쯤 내려가자 넓은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먼지 덮인 방수포 아래 또 다른 차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이게…" 소은이 떨리는 손으로 방수포를 걷어냈다.
똑같은 모델이었다. 지금 준영이 몰고 있는 차와 색상, 연식, 심지어 사이드미러의 흠집 위치까지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차는 앞유리에 금이 가 있고 타이어 하나가 완전히 주저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쌍둥이 차…?" 준영이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시트 위에 낡은 서류 봉투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소은이 조심스레 봉투를 열자, 오래된 사진 몇 장과 손글씨로 빼곡히 적힌 편지 한 통이 나왔다.
편지의 첫 줄을 본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멈췄다.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너는 이미 알아버렸겠구나. 이 차가 하나가 아니라는 걸."**
소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 차는 원래 두 대였다. 한 대는 사람을 구하는 차. 다른 한 대는… 아무도 구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 차. 나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이 두 번째 차에 대해 알게 됐다. 이 차를 고친 사람이, 결국 이 차의 운명을 대신 짊어지게 된다는 것을."**
"운명을 대신 짊어진다는 게…" 준영이 말끝을 흐렸다.
편지는 계속됐다.
**"나는 이 차를 고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하에 묻어두고, 살아있는 차 한 대로만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차 —네가 지금 몰고 있는 그 차— 는 점점 지친다. 사람을 구할 때마다 조금씩, 이 차의 수명이 깎여나간다. 그리고 그 수명이 다하면, 결국 이 두 번째 차가 다시 깨어난다."**
**"깨어난 두 번째 차는, 그 무엇도 구하지 못한다. 오히려 반대로 —"**
편지는 거기서 찢겨 있었다. 다음 장이 통째로 사라진 상태였다.
"이럴 수가…" 소은이 봉투 안을 뒤졌지만 남은 페이지는 없었다.
준영은 두 번째 차를 다시 살폈다. 깨진 유리 너머로 운전석 계기판이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주행거리 표시창만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다른 모든 게 멈춘 이 차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부분처럼.
숫자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준영 씨, 이거 봐요." 소은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이거 지금 움직이고 있어요."
준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차는 완전히 죽은 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 자신이 몰고 있는 차의 수명과 정확히 반대로 연동되어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제가 사람을 구할 때마다, 이 차는—"
"깨어나고 있는 거예요." 소은이 두려운 얼굴로 준영을 바라봤다.
바로 그때, 지하 저편 어둠 속에서 낮고 둔탁한 엔진음이 울렸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짐승이 눈을 뜨는 것처럼.
준영과 소은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지하 구석에, 희미한 헤드라이트 불빛 두 개가 켜져 있었다.
"저기 뭐가 있었어요?" 준영이 낮게 물었다.
"아니요, 방금까지 아무것도—"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았다. 헤드라이트 불빛은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그들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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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걸음을 빌려드립니다 : 제10화 걸음을 빌려드립니다(완료)
# 10화. 걸음을 빌려드립니다 (完)헤드라이트 불빛이 점점 가까워졌다. 두 번째 차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뛰어요!" 소은이 준영의 손을 잡아끌었다.두 사람은 계단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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