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중편] 걸음을 빌려드립니다 : 제6화 사흘의 장소

도타북스 2026. 7. 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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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사흘의 장소

경찰이 알려준 마지막 단서는 하나였다. 최덕수 명의로 된 오래된 창고 임대 계약. 주소는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외곽, 폐업한 공장들이 늘어선 골목이었다.

준영과 소은은 그곳을 찾아갔다. 녹슨 셔터 문 위에 작게 적힌 이름 하나. **덕수 카센터.**

"여기가… 아버지 작업실이었나 봐요." 소은이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를 만졌다. 낡았지만 아직 열쇠가 맞았다. 삼 년 전 그대로 멈춰 있는 시간처럼, 안쪽은 먼지만 켜켜이 쌓여 있었다.

작업대 위엔 공구들이 가지런했다. 벽 한쪽엔 낡은 사진들이 압정으로 꽂혀 있었는데, 전부 사고나 화재, 실종 같은 신문 기사 스크랩이었다. 그 옆엔 손으로 눌러쓴 낡은 공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소은이 떨리는 손으로 표지를 넘겼다.

**"이 차를 인수한 뒤로, 이상한 일들이 반복된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이 차는 누군가 놓쳐버린 순간을, 다시 붙잡을 기회를 준다."**

준영은 숨죽이며 다음 장을 읽어 내려갔다.

**"매번 갈 때마다 조금씩 더 오래 머문다. 처음엔 몇 분, 이제는 며칠. 두렵지만 멈출 수 없다. 이 차가 나를 데려가는 곳마다,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되찾는다. 그거면 됐다."**

그리고 마지막 몇 장 전, 유독 손 떨림이 심한 글씨로 적힌 날짜 하나가 준영의 눈에 들어왔다. 24년 전 5월의 어느 날.

**"오늘도 그리로 갔다. 그 아이가 있던 자리로. 몇 번을 가도, 나는 늘 몇 초가 늦는다."**

준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5월 그날은, 그가 여덟 살에 교통사고를 당한 바로 그날이었다.

"소은 씨… 이거."

준영은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오래된 신문 스크랩 하나가 접혀 있었다. 빛바랜 흑백 기사 사진 속엔,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사람들과 저 멀리 구급차에 실리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기사 옆 여백에 볼펜으로 눌러쓴 메모.

**"그 아이만은, 다 구하지 못했다. 다리를 잃었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잠깐이라도 걷게 해주고 싶다."**

준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손에 든 공책이 가늘게 떨렸다.

"저 사고… 저예요." 준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여덟 살 때, 제가 당한 사고요."

소은이 놀란 얼굴로 준영을 쳐다봤다. "그럼… 아버지가."

"소은 씨 아버지가, 그때 그 자리에 오려고 하셨던 거예요. 근데 늦으셨고. 그리고 그 뒤로 계속—"

준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십사 년 전,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누군가 자신을 구하려 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리고 그 실패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이렇게 바꿔놓았다는 사실도.

"그럼 이 차가 준영 씨를 태운 게…" 소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연이 아니었네요. 처음부터."

준영은 대답 대신 공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 페이지엔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날짜는 최덕수가 실종되기 사흘 전.

**"이번엔 반드시, 그 아이를 찾아가겠다."**

그 문장을 끝으로, 공책은 백지였다.

준영과 소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창고 안, 오래된 형광등 하나가 지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였다.

그리고 그 순간 — 밖에 세워둔 차의 시동이, 아무도 켜지 않았는데 스스로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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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걸음을 빌려드립니다 : 제7화 그날의 문

# 7화. 그날의 문시동 소리는 계속됐다. 준영과 소은은 서로를 쳐다보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창고 밖으로 뛰어나갔다.차는 스스로 헤드라이트를 켠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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