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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사흘의 의미
며칠 뒤, 준영은 최덕수의 실종 당일 기록을 확인하려 소은과 함께 관할 파출소를 찾았다.
담당 경찰은 오래된 서류철을 뒤적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최덕수 씨… 아, 이거 그때 그 사건이네. 실종 신고는 접수됐는데, 딱히 단서가 없었어요. 마지막 목격 장소가 애매해서."
"마지막 목격 장소가 어디였는데요?" 소은이 물었다.
"그게 좀 이상한데," 경찰이 서류를 넘기며 미간을 좁혔다. "본인 차 블랙박스에 찍힌 마지막 시각이 밤 11시 47분인데, 다음 날 새벽 3시경에 완전히 다른 동네 CCTV에 그 차가 다시 잡혔어요. 근데 그 사이 이동 경로가 전혀 없어요. 거리로 따지면 차로 최소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인데, 두 지점 사이에 통과했을 만한 카메라에 단 한 번도 안 찍혔어요."
준영과 소은은 서로를 쳐다봤다. 경찰은 그저 오래된 미제 사건 하나를 대하듯 무심하게 서류를 덮었다.
"그러다 그 이후로는요?" 준영이 물었다.
"그 이후 사흘간의 기록이 아예 없어요. 그리고 사흘 뒤, 본인 명의 계좌에서 마지막 출금 기록 하나 남기고 완전히 끊겼어요."
소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사흘…"
파출소를 나오며 소은이 말했다.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셨어요. '이번엔 오래 걸릴 것 같다'고.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주셨어요."
"오래 걸린다는 게… 순간이동한 곳에 오래 머물렀단 뜻일까요?"
"모르겠어요. 근데 확실한 건," 소은이 준영을 바라봤다. "이동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는 거예요. 처음엔 몇 분, 나중엔 몇 시간, 그리고 마지막엔… 사흘."
그날 밤, 준영은 홀로 차에 앉아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소은이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야 온전히 이해가 됐다. *이 차는 사람을 데려가는 시간을 점점 늘려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예 돌아오지 않게 만든다.*
그때 문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에 준영의 시선이 멈췄다.
"…오늘 자정 무렵 한강대교 인근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한 남성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준영은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이번엔 달랐다. 눈을 떴을 때, 준영은 어두운 강변 산책로에 서 있었다. 차가운 강바람이 훅 끼쳐왔고, 저 멀리 다리 위에서 한 남자가 난간을 붙잡고 서 있는 게 보였다.
"저기요!" 준영이 소리치며 달렸다.
절뚝임 없는 다리로, 있는 힘껏 달렸다. 하지만 거리가 멀었다. 남자는 이미 난간 너머로 몸을 반쯤 넘긴 상태였다.
"잠깐만요! 제발, 잠깐만!"
남자가 흠칫 뒤돌아봤다. 그 짧은 틈에 준영은 몸을 던지듯 달려들어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놔요, 놓으라고요!" 남자가 몸부림쳤다.
"못 놔요. 여기까지 뛰어왔는데 그냥은 못 보내드려요."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했다. 결국 남자는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준영은 아무 말 없이 그 옆에 앉아 함께 있어 줬다.
새벽이 다 되어서야 준영은 정신을 차렸다. 시간을 확인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꼬박 하루가 지나 있었다.**
떠날 때는 자정 무렵이었는데, 지금은 다음 날 밤이었다. 놀란 준영은 허둥지둥 차로 돌아갔다. 조수석 문을 열자 소은이 뛰쳐나오듯 그를 끌어안았다.
"어디 있었어요! 하루가 넘게 연락도 안 되고, 저 진짜—" 소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미안해요, 저도 지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 알겠죠?" 소은이 준영의 옷깃을 붙잡으며 말했다.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준영 씨도 아버지처럼—"
소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준영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처음으로 온전히 이해했다. 소은이 왜 그토록 이 차를 두려워하는지.
"소은 씨." 준영이 조용히 말했다. "저 무서워요, 사실은. 근데 그거 알아요? 오늘 그 다리 위에 있던 사람, 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
"그래도—"
"그래서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이 차가 진짜 뭘 원하는지. 최덕수 어르신이 어디로, 왜 사라지신 건지."
소은은 한참 준영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떨궜다.
"저도… 같이 갈게요. 어디든."
두 사람은 그날 밤, 서로의 손을 처음으로 오래 맞잡았다. 강바람이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손만은 따뜻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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