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중편] 걸음을 빌려드립니다 : 제3화 이름이 지워진 사람

도타북스 2026. 7. 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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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이름이 지워진 사람

다음 날 오후, 준영은 계약서에 적힌 주소를 들고 다시 그 허름한 중고차 매매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골목에 도착한 순간, 뭔가 이상했다. 매매소 간판이 없었다.

정확히는 — 간판을 뗀 흔적조차 없었다. 그 자리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셔터 내려진 낡은 창고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여기… 맞는데."

준영은 몇 번이고 계약서의 주소와 골목 번지수를 대조했다. 틀림없었다. 사흘 전, 분명 이 자리에서 노인과 마주 앉아 도장을 찍었다.

옆 가게 세탁소 사장에게 물었다.

"저기요, 여기 중고차 매매소 있지 않았어요? 노인분이 하시던."

세탁소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여기 몇 년째 그냥 창고예요. 중고차 매매소는 무슨."

"아니 며칠 전에 분명히—"

"학생, 여기 이십 년 넘게 장사했는데 그런 거 본 적이 없어."

준영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계약서를 다시 꺼내 펼쳤다. 매매소 이름, 사업자번호, 전화번호. 모든 게 인쇄되어 있었다. 전화를 걸어봤다. 없는 번호였다.

**전 소유자: 최덕수.**

이름만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그 사람만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듯이.

준영은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다가, 문득 최덕수라는 이름을 다시 검색해봤다. 이번엔 조금 다르게 — 이름 뒤에 "실종"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그러자 오래된 지역 카페 게시글 하나가 걸려 나왔다. 3년 전 작성된 글. 제목은 **"우리 아버지 좀 찾아주세요."**

작성자는 최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몰던 오래된 세단이 사라진 후 함께 실종되었다는 내용. 댓글은 몇 개 없었고, 대부분 "차 도둑 아니냐" "요즘 그런 사기 많다"는 식의 무성의한 반응들이었다.

준영은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지금 자신이 몰고 있는 차의 사진과,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을 비교해봤다.

같은 차였다. 번호판까지 똑같았다.

그날 저녁, 준영은 병구를 불러 이 사실을 전했다. 병구도 처음엔 웃음기를 거두지 못하다가, 게시글을 직접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었다.

"야… 이거 완전 실화 미스터리인데?"

"실화가 아니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야."

"그니까 그 할아버지가 이 차 타고 순간이동하다가 어디 갇힌 거 아니야? 아니면……"

병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두 사람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노인은 다시 돌아오지 못한 게 아닐까.*

준영은 밤늦게 혼자 차에 앉아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엔 일부러 눈을 감고, 마치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최덕수 씨… 어디 계신 거예요. 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차는 그저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준영의 질문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듯이.

실망한 준영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조수석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소은 씨?"

어느새 조수석 문이 열려 있었고, 소은이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어떻게 여길…"

"저도 몰라요. 정신 차려보니 여기였어요." 소은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차, 저를 자꾸 준영 씨한테 데려다주네요."

준영은 순간 말을 잃었다. 소은의 표정엔 놀람보다 익숙함이 더 진하게 배어 있었다.

"소은 씨는… 이 차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거죠?"

소은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창밖 어둠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최덕수 어르신이요. 저희 아버지예요."

준영은 숨이 턱 막혔다.

"제가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카페에 글 올린 사람이에요. 삼 년째 아버지도, 이 차도 못 찾다가—" 소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며칠 전 갑자기, 이 차가 다시 나타났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런데 운전자가 다른 사람이라고."

"그게… 저였군요."

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준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준영 씨. 이 차가 왜 하필 당신을 태웠는지,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 같이 찾아주실 수 있어요?"

가로등 불빛이 두 사람 사이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준영은 오랜만에, 도망치지 않고 누군가의 부탁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https://tota-books.tistory.com/m/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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