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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패턴을 찾습니다
다음 날 아침, 준영은 눈을 뜨자마자 왼쪽 다리부터 확인했다. 뻐근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꿈이었나…"
혼잣말을 하며 몸을 일으키는데 절뚝임이 그대로였다. 어젯밤 일이 순간 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협탁 위에 놓인 매매 계약서, 그리고 그 위에 적힌 '최덕수'라는 이름 석 자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준영은 병구를 불러냈다. 대학 동창이자 지금은 편의점 야간 알바로 생계를 잇는, 준영의 유일한 '한가한' 친구였다.
"그니까 네 말은," 병구가 컵라면 국물을 마시며 말했다. "그 차 타고 갑자기 순간이동을 했는데, 거기서는 다리도 멀쩡했다고?"
"내가 미친 것 같지."
"아니, 미친 건 아니고… 부러운데?" 병구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도 좀 태워줘라. 나는 뭐가 좋아질까. 키? 얼굴?"
"진지하게 좀 들어."
"진지하게 듣고 있어. 근데 이게 진지하게 들을 얘기냐?"
결국 두 사람은 그날 밤 함께 차에 올랐다. 병구는 노트와 펜까지 챙겨왔다. "패턴을 찾아야지. 몇 시에, 어디서, 뭘 할 때 발동하는지."
첫 번째 시도. 시동을 걸고 십 분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두 번째 시도. 라디오를 크게 틀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세 번째 시도. 병구가 뜬금없이 "야 이거 혹시 3천 원 이상 기름 넣으면 되는 거 아니냐"며 주유소로 가자고 우겼다. 준영은 어이없어하면서도 결국 차를 몰았다.
주유를 마치고 나오는 길, 신호 대기 중 준영이 무심코 글로브박스를 열어 영수증을 넣으려는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어, 어어—"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은 낯선 주택가 골목에 서 있었다. 병구는 조수석에서 그대로 굳어 있었다.
"자, 잠깐만. 방금 그거 뭐야. 나 방금까지 신호등 보고 있었는데."
준영은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 왼쪽 다리에서 그 익숙한 뻐근함이 사라졌다는 걸.
"야 근데," 병구가 자기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소리쳤다. "나는 왜 그대로냐! 나도 뭐 하나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러네."
정말로 병구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준영만 달라져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 끝, 어두운 담벼락 아래 목줄이 풀린 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 쪽으로 뛰쳐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 앞으로 트럭 한 대가 코너를 돌아 들어오는 중이었다.
준영은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절뚝임 없이, 스무 살 이후로 한 번도 낼 수 없었던 속도로 달려 나가 강아지를 낚아채듯 안았다. 트럭은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갔다.
"허억, 헉…" 준영은 숨을 몰아쉬며 품 안의 강아지를 내려다봤다.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이 믿기지 않았다.
"야, 너 방금 뭐야. 무슨 국가대표야?" 병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뛰어왔다.
그 순간 대문 하나가 벌컥 열리며 한 할머니가 뛰쳐나왔다.
"복실아! 복실아 어디—" 할머니는 준영의 품에 안긴 강아지를 보고 그대로 주저앉을 듯 안도했다. "아이고, 학생,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준영의 손을 붙잡았다. 그 손이 유난히 떨리고 있었다.
"이 강아지가 우리 아들이 두고 간 유일한 거라서…" 할머니가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준영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우연이 아니다. 이 차는 그냥 아무 데나 데려다주는 게 아니다.
병구도 같은 생각을 한 듯 목소리를 낮췄다.
"야… 이거 혹시, 뭐가 필요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거 아니냐?"
준영은 대답 대신 방금 지나간 트럭이 사라진 골목 끝을 바라봤다. 몇 초만 늦었어도.
돌아가는 길, 병구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패턴 1: 뭔가를 놓치기 직전, 이 차는 나(정확히는 준영)를 필요한 곳에 데려다놓는다. 왜 준영인지는 모름. 다리가 낫는 이유도 모름."**
그 아래 병구가 장난스럽게 한 줄을 더 적었다.
**"패턴 2: 나는 그냥 딸려가는 짐짝인 듯."**
준영은 그 글씨를 보며 피식 웃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질문이 맴돌고 있었다.
*왜 하필 나일까. 그리고 최덕수라는 사람은, 이 차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던 걸까.*
집으로 돌아온 준영은 계약서에 적힌 매매소 주소를 다시 들여다봤다. 다음 날, 그는 그 허름한 중고차 매매소를 다시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골목 어귀, 가로등 아래 서서 멀어지는 차를 가만히 바라보던 소은의 모습은, 준영도 병구도 알지 못했다.
(다음화에 계속......)
https://tota-books.tistory.com/m/65
[중편소설] 걸음을 빌려드립니다 : 제3화 이름이 지워진 사람
# 3화. 이름이 지워진 사람다음 날 오후, 준영은 계약서에 적힌 주소를 들고 다시 그 허름한 중고차 매매소를 찾아갔다.그런데 골목에 도착한 순간, 뭔가 이상했다. 매매소 간판이 없었다.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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