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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그날의 문
시동 소리는 계속됐다. 준영과 소은은 서로를 쳐다보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창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차는 스스로 헤드라이트를 켠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재촉하듯, 엔진음이 평소보다 낮고 무거웠다.
"타야 할까요?" 소은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 안 타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를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 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이 통째로 흔들렸다.
---
눈을 떴을 때, 준영은 낯선 병원 복도에 서 있었다. 옛날식 리놀륨 바닥, 형광등 특유의 웅웅거리는 소리. 벽에 붙은 달력을 본 순간 숨이 멎었다.
**24년 전, 5월.**
"준영 씨…" 소은도 같은 걸 보고 있었다. "설마 우리, 그때로—"
복도 끝, 응급실 팻말 아래 한 남자가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젊은 얼굴이었지만 준영은 단번에 알아봤다. 최덕수였다.
두 사람은 몸을 숨기듯 기둥 뒤로 물러섰다. 최덕수는 응급실 문을 몇 번이고 열려다 말고, 결국 무너지듯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늦었어… 몇 초 차이로, 또 늦었어." 그가 스스로에게 되뇌듯 중얼거렸다. "이 차는 대체 왜, 나를 매번 이렇게 아슬아슬한 순간에만 데려다놓는 거야."
준영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저릿했다. 이 사람은 실패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늦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을 삼십 년 가까이 혼자 짊어지고 살아온 것이다.
소은이 준영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놀란 준영이 돌아보자, 소은의 눈에 눈물이 그렁했다.
"이게… 아버지였어요. 저는 그냥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소은이 낮게 속삭였다. "매일 밤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지친 얼굴로 돌아오시던 게… 다 이런 순간들 때문이었어요."
"소은 씨."
"저는 그때 아버지를 원망했어요. 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챙기냐고. 근데 지금 보니까—"
소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준영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소은은 잠시 저항하다, 결국 준영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괜찮아요. 이제 알았잖아요." 준영이 조용히 말했다. "아버님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냥, 너무 많은 걸 혼자 짊어지려고 하셨던 거예요."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병원 복도의 소음도, 흘러가는 시간도 잠시 잊은 채로.
이윽고 소은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둘 사이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준영은 저도 모르게 소은의 얼굴로 시선이 향했다. 병원 조명 아래, 눈물 자국이 남은 그녀의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보였다.
"저기, 소은 씨—"
"네."
"저는… 처음엔 그냥 이 차의 비밀이 궁금해서 소은 씨를 만난 거였는데." 준영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소은은 아무 말 없이 준영을 바라봤다. 그 침묵이 거절이 아니라는 걸, 준영은 알 수 있었다.
"저도요." 한참 뒤, 소은이 나지막이 답했다. "이 미스터리보다, 준영 씨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두 사람의 거리가 천천히 좁혀졌다. 병원 복도의 낡은 조명이 깜빡이는 순간, 준영은 소은의 이마에 가만히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입맞춤 대신, 그저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짧은 순간이었다.
"우리,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걸까요." 소은이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저 멀리 응급실 문이 열리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호자분! 아이 상태가—"
준영과 소은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문 사이로, 어린 준영이 들것에 실려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덟 살의 자신이었다.
준영은 온몸이 얼어붙는 걸 느꼈다. 실제로 자신의 과거를, 지금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때, 최덕수가 벌떡 일어나 그 들것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몸이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그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안 돼… 또 이렇게 끝나는 거야?" 최덕수가 절규하듯 중얼거렸다.
준영은 직감했다. 지금 이 순간이, 최덕수가 영원히 통과하지 못한 벽이라는 것을.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이 차가 정말 나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소은이 준영의 손을 꽉 붙잡았다.
"준영 씨, 저기 봐요."
들것에 실린 어린 준영의 손에, 낯선 물건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오래된 차 열쇠였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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