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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서연은 망설임 없이 신발을 신었다.
이제는 두렵기보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눈을 떴을 때 서연은 저번과 같은 고갯길 위에 서 있었다. 발밑에 긁힌 상처, 흙투성이 옷자락.
시간은 늘 그 위태로운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듯했다.
"…또 여기냐."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억석이었다.
이번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마치 이 새벽이 정말 매번 처음부터 다시 쓰이는 것처럼.
"이번엔 끝까지 가볼게요." 서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 "같이요."
두 사람은 다시 고개를 넘었다. 이번엔 화살도, 말발굽 소리도 뒤따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 길을 비켜준 것처럼,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
관아의 불빛이 점점 가까워졌다. 낮은 담장 너머로 등불 몇 개가 흔들리고 있었다.
서연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 두려움이 아니라, 마침내 닿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나 관아 문 앞, 그림자 하나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갓끈의 옥색 술. 집행자였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 사내가 천천히 갓을 벗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얼굴은, 서연이 짐작했던 그대로였다.
스무 살 남짓, 앳된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 — 사진 속에서 본 적 없는, 그러나 분명 낯익은 얼굴.
"당신, 혹시…" 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새벽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던, 그 형이에요?"
사내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처음으로, 그 얼굴에서 냉혹함이 아니라 당혹감이 드러났다.
"…내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가 낮게 읊조렸다.
"그저 새벽마다 눈을 뜨면,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만 알았다. 도망치는 것들을 막아야 한다고."
"당신도 끌려온 거예요. 나처럼, 억석씨처럼."
서연은 그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당신 집안이 지은 죄 때문에, 당신도 벌 대신 집행자로 갇힌 거라고요."
사내의 손에 들린 칼이 가늘게 떨렸다.
"…그럴 리 없다. 나는 그저 명을 받들 뿐—"
"누구의 명이요?" 서연이 소리쳤다. "당신을 여기 가둔 그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있기라도 해요?"
침묵이 흘렀다. 사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관아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안에서 흘러나온 불빛 속으로, 낡은 관복을 입은 늙은 형리 하나가 걸어 나왔다. 그는 셋을 번갈아 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새벽에… 드디어 닿은 자가 있구나."
억석이 서연의 어깨를 붙들며 앞으로 나섰다. "저는 무고합니다. 그리고 계향도, 저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이 무고함을 알리러 오던 길이었습니다."
형리의 눈이 흔들렸다. "…그 사건이라면, 나도 들은 바 있다. 당시 현감이 사욕으로 죄 없는 이들을 죽였다는 흉흉한 소문. 하나 증좌가 없어 덮였지."
"증좌라면," 서연이 품속에서 낡은 공책 한 권을 꺼냈다.
할머니의 일기장이었다. 조선으로 넘어올 때마다 늘 품에 지니고 있던 것.
"여기, 대를 이어 전해진 증언이 있어요."
형리가 공책을 받아 몇 장을 넘기다, 문득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집행자 — 그 앳된 얼굴의 사내 — 는 자신의 손에 들린 칼을 내려다보며, 처음으로 눈물 같은 것을 떨궜다.
"…내가, 정말 죄 없는 이들을 베고 있었던 건가."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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