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중편] 축시(丑時)의 러너 : 제7화, 낯익은 얼굴

도타북스 2026. 7. 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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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고꾸라진 순간, 서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굴렸다.

그 자리에 칼날이 박혔다. 흙이 튀며 얼굴에 흩뿌려졌다.

 

"제법이구나." 말에서 내린 사내가 천천히 다가왔다.

 

갓끈에 매인 옥색 술이 달빛에 흔들렸다.

 

"매번 여기서 넘어지지. 계향도, 그 후로 넘어졌던 것들도 전부."

 

서연은 뒷걸음질 치며 몸을 일으켰다.  발목이 시큰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당신은… 대체 몇 번이나 이 짓을 반복한 거예요."

"셀 수 없을 만큼." 사내가 갓을 슬쩍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도 사내의 얼굴이 달빛에 드러났다.

서연의 숨이 멎었다.

 

그 얼굴은 — 지난주 외갓집 제사에서 마주쳤던,

어머니의 사촌 오라버니, 외당숙의 얼굴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아니,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완전히 같았다.

 

"…어떻게, 당신이 어떻게 그 얼굴을…"

"핏줄은 돌고 도는 법이다."  사내가 나직이 웃었다. 

"네가 계향의 얼굴을 빌려 이 길에 서듯, 나도 매번 이 집안의 낯을 빌려 이 자리에 선다.  죄를 지은 자와 그 벌을 집행하는 자, 둘 다 같은 핏줄에서 나오지."

 

그 말은 마치 벼락처럼 서연을 관통했다.  이 저주는 단순히 억울한 죽음을 반복 재생하는 게 아니었다.

가해자 가문이 스스로 벌을 내리고, 스스로 그 벌을 집행하는 잔인한 굴레였다.  서연이 도망치는 것도, 지금 눈앞의 이 사내가 죽이려 하는 것도, 결국 같은 핏줄 안에서 벌어지는 자기 파괴였다.

 

사내의 칼끝이 서연의 목 앞까지 다가왔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촉이 살갗에 닿았다.

 

"오늘은 관아까지 갈 수 없다.  여태 아무도 닿지 못했듯이."

그 순간, 뒤쪽 수풀에서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억석이었다.  화살 두 대가 꽂힌 몸으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아직, 안 끝났다."  억석이 마지막 힘을 다해 사내의 팔을 붙들었다.  칼끝이 서연의 목에서 아주 살짝 비껴났다.

사내가 짜증스레 억석을 걷어찼다.  "네놈은 벌써 죽었어야 할 몸이다."

"그럼 죽여라.  다만—"  억석이 서연을 향해 몸을 던지듯 밀었다.  "이번엔, 정말로 닿게 해라."

 

칼이 억석의 등을 깊숙이 갈랐다.  억석의 몸이 서연의 앞으로 쓰러지며, 그 반동으로 서연은 관아 쪽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서연의 눈에 마지막으로 담긴 건,

사내의 얼굴에 스치는 낯선 표정이었다 — 짜증도 살기도 아닌, 아주 오래되고 지친 슬픔 같은 것.

몸이 바닥에 부딪히는 충격과 함께, 서연은 자신의 방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지듯 돌아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서연은 알아버렸다. 매번 자신을 구하고 죽어가던 그 집행자의 얼굴이 낯익었던 이유를.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

그 사내도, 서연의 핏줄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는 존재였다.

 

이 저주는 벌이 아니라, 같은 집안이 대대로 서로를 죽이고 되살리는 끝나지 않는 굴레였던 것이다.

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켰다.  외갓집 가족 단체 사진첩을 열어, 외당숙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진 속 그의 눈빛이, 어쩐지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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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축시(丑時)의 러너 : 제8화, 핏줄을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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