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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사진첩을 몇 번이고 넘겨보다 결국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외당숙 있잖아. 그… 제사 때 오시는 큰외삼촌 사촌 오빠."
"갑자기 왜?" 어머니의 목소리에 미묘한 경계가 섞였다.
"그냥, 그분 젊었을 때 사진 있으면 보고 싶어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 거 왜 찾니. 그 집 얘기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그 반응이 오히려 서연의 확신을 굳혔다. "엄마, 뭔가 있는 거지. 나 진짜 알아야 돼서 그래."
한참 만에 어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집안, 원래 이 동네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종갓집이야. 조선시대부터 있던 향리 가문이라고, 할머니가 그러셨어. 근데 그 집 남자들은 이상하게, 대를 걸러 한 명씩 젊어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외당숙도 사실… 그 형이 있었어. 내가 어릴 때, 새벽에 나갔다가 그대로 안 돌아온 형. 시신도 못 찾았고.
그 뒤로 집안에서 그 얘기 자체를 입에 안 올려."
서연의 손이 떨렸다.
"그 형… 몇 살 때였는데?"
"스물 몇이었을걸. 그것 때문에 외증조부가 아예 무당을 불러서 굿까지 했다더라. 근데도 소용없었고."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보니 그 집안엔 이상한 규율이 있어. 새벽에 혼자 나다니지 말 것.
특히 그 오래된 성곽 근처는."
전화를 끊고 서연은 곧장 시청 민원실로 향했다. 족보 열람과 옛 호적 자료를 뒤지는 데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한 장의 낡은 호적등본 사본을 찾아냈다.
외당숙 집안의 항렬표. 그리고 그 옆에 붉은 인주로 찍힌 낙관 — 조선 후기, 이 지역 현감을 지낸 인물의 이름이 시조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 현감의 이름이, 향토지에 나온 계향과 억석을 죽인 그 현감과 정확히 일치했다.
서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외당숙 집안은 단순히 비슷한 성씨 정도가 아니라, 그 현감의 직계 후손이었다.
그리고 서연의 어머니 쪽 계보 — 즉 서연 자신의 핏줄 역시,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집안과 갈라져 나온 방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서연은 문득 소름 끼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만약 그 집행자의 얼굴이 정말 외당숙과 닮았다면 — 어쩌면 그건 단순한 우연의 형상화가 아니라, 그 새벽마다 실제로 사라졌다는 외당숙의 형이 아니었을까.
즉, 억울하게 죽은 이들뿐 아니라 가해자 집안의 자손들 역시, 대를 이어 이 새벽 속에 끌려 들어가 저마다 다른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는 도망자로. 누구는 집행자로.
그리고 서연은 이제 다음 질문에 다다랐다 — 이 굴레에서, 자신은 몇 번째로 끌려 들어온 사람일까.
그리고 그 굴레를 완전히 끊을 방법이, 정말로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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