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야담] 시공간을 넘는 오드아이, 달이의 기묘한 모험 : <제3장> 삿된 것들의 세상

도타북스 2026. 1. 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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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 이곳에 속한 존재가 아니구나.'

그 목소리는 귀가 아니라 머릿속을 직접 울렸다.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울림이었다. 사당 안의 검은 연기가 뱀처럼 똬리를 틀며 입구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중심에 박힌 붉은 눈동자가 오직 달이만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 잠깐 : 유튜브로도 들을수 있어요!


달이는 공포에 질려 네 다리가 돌처럼 굳어버렸다. 서울의 안락한 아파트에서 경험했던 가장 큰 공포란 고작해야 청소기 소리나 갑자기 터진 풍선 소리 정도였다. 눈앞에 있는 것은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날것의 악의(惡意), 그 자체였다.

검은 연기가 달이를 향해 확 덮쳐오려는 순간이었다.
"캉! 캉! 으르르렁!"
곰이가 달이 앞을 막아서며 천지가 떠나갈 듯 짖어댔다. 그것은 조금 전 주막 주인을 향해 짖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곰이의 온몸에 난 북슬북슬한 털이 바늘처럼 곤두섰고, 덩치가 평소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놀랍게도 곰이의 우렁찬 짖는 소리가 닿자, 검은 연기가 불에 데인 듯 '치이익' 소리를 내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삽살개가 귀신을 쫓는다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뛰어, 조랭이떡! 저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곰이가 다급하게 달이의 옆구리를 코로 쿡 찔렀다. 정신이 번쩍 든 달이는 곰이가 이끄는 대로 반대편 골목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뒤에서 "크아아악!" 하는 괴성이 들렸지만, 뒤를 돌아볼 용기 따위는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발바닥의 젤리가 다 까질 것 같을 때쯤, 곰이가 걸음을 늦췄다. 그들은 어느새 저잣거리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한적한 성곽길 외진 곳에 도착해 있었다. 수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달이는 나무뿌리 근처에 풀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나... 집에 갈래... 무서워... 할아버지 보고 싶어...'

달이의 푸른색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낯선 환경, 난폭한 사람들, 그리고 진짜 귀신까지. 이 세계는 너무나 가혹했다.

곰이가 다가와 까칠한 혀로 달이의 젖은 눈가를 핥아주었다.

[울지 마. 그래도 살았잖아. 아까 그놈은 보통내기가 아니었어. 버려진 사당에 똬리를 튼 묵은 악귀야.]
'너... 그런 거랑 맨날 싸우고 다니는 거야?'

달이가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
[뭐, 싸운다기보단... 그냥 보이는 거지. 이 한양 바닥엔 사람 반, 귀신 반이야. 억울하게 죽은 놈, 배고파 죽은 놈... 네가 살던 곳은 안 그랬어?]

'내가 살던 곳엔 저런 거 없어! 따뜻한 방바닥이랑 맛있는 캔이랑... 그리고 날 예뻐해 주는 할아버지만 있었다고!'
달이는 억울함에 복받쳐 앙칼지게 대꾸했다. 곰이는 커다란 앞발로 턱을 괴고 엎드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네가 처음 골목에 떨어졌을 때부터 알았어. 너한텐 냄새가 다르거든.]
'냄새?'

[응. 사람 냄새도 아니고, 짐승 냄새도 아니고, 그렇다고 귀신 냄새도 아닌... 아주 먼 곳의 냄새가 나. 이승도 저승도 아닌, 시공간이 뒤틀린 곳의 냄새랄까.]
달이는 곰이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이 털북숭이 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럼... 나 다시 돌아가는 방법도 알아? 나 그 이상한 번쩍이는 자개장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자개장?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네가 온 구멍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거지?]
곰이는 잠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나는 몰라.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지도 모르지.]
'그게 누군데?'
곰이가 북쪽으로 우뚝 솟은 바위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왕산(仁王山). 저 산에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 그곳에 가면 귀신을 부리고 미래를 보는 용한 무당 할멈이 있다고 들었어. 그 할멈이라면 네가 돌아갈 방법을 알지도 몰라.]

인왕산. 달이는 곰이가 가리키는 산을 올려다보았다. 험준한 바위들이 마치 호랑이가 웅크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서늘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산이었다.

[어때? 같이 갈래? 혼자선 저잣거리 나가는 순간 아까 그 생선 장수한테 잡혀서 고양이탕이 될걸?]

곰이가 씨익 웃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위험천만한 조선에서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가려면, 저 든든한 털뭉치 보디가드를 믿는 수밖에.
달이는 눈물을 닦고 결연한 표정으로 꼬리를 바짝 세웠다.

'좋아, 앞장서. 인왕산이든 뭐든 가보자고!'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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